탈원전과 두산중공업의 휴업 검토
얼마전 두산중공업이 채권단으로부터 1조원의 긴급자금을 수혈받기로 결정된 이 후 부터 탈원전과 대기업의 부도라는 자극적인 이슈가 정치권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얼마 전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 경영상황이 악화되었다는 내용의 조선일보의 3.27일자 보도에 대해 "두산중공업은 세계 발전시장의 침체 등 대외여건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정부는 원전기업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임" 이라는 보도설명자료를 내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산자부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석탄화력 신규발주의 감소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한수원에서 두산중공업에 지급한 금액이 과거 대비 변화가 없기 때문에 탈원전의 영향이 아니라고 하고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원자력 산업의 특성상 지금 두산중공업의 매출은 과거 수주로 생산해 온 기기나 건설사업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원전 쪽 매출이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탈원전으로 인한 매출감소가 가시화 될 것이 거의 확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주 잔고가 없으니 공장가동율이 떨어질 것이고 얼마전 보도에서는 일부 휴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지요.
결국 지금의 위기는 산자부의 말과 같이 탈원전 때문이 아니지만 앞으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두산중공업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임은 객관적인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두산중공업은 왜 이런 위기에 빠졌을까요?
IEEFA(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는 2019.09.23 보고서를 통해 두산중공업이 부정적발감사(Forensic Audit)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재무상 부실의 가능성에 대해 주로 언급하며, 그 원인을 아래와 같이 세계발전시장의 침체와 에너지전환에서 찾고 있습니다.
[보고서 내용 발췌]
IEEFA의 분석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2018년도 감사필 재무제표에는 최소한 10가지의 적신호가 담겨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가장 최근에 작성된 2019년도 상반기 감사 미필 재무제표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두산중공업의 재무 실적은 비단 두산중공업 주주들뿐만 아니라 회사의 재무적 난맥에 얽혀 있는 은행∙투자자∙거래상대방의 관점에서도 회사의 신인도와 관련된 중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은 지난 3년 동안 발전 시장의 방향을 오판하여 발전 부문에 참여하는 다른 많은 국내 대형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국내외 성장 잠재력을 상당 부분 상실하고 말았다.
...
보고서는 두산중공업이 시장의 추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글로벌 발전 시장의 재편을 주도하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꾀하는 전략 대신에 원자력과 화석 연료 발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로 인해 회사는 동남아시아와 중동에서 각종 사업 수주를 위해 중국이나 일본 설비 업체와 직접 경쟁하는 상황으로 내몰렸으며, 이 사업에 거액을 지원하고 있는 국내 주요 은행들에게도 위험이 전가되고 있다.
살펴보면 두산중공업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세를 따라가지 못했고, 원자력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였으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이 마저도 쉽지않은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몇년전 밥캣을 인수하기 위한 차입금도 재무적 리스크를 가중시켰고, 두산건설 같은 자회사들의 재정 적자를 메꾸기 위해 단행한 현물출자 및 유상증자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이 자회사들을 위해 희생(?) 한 것을 보면 지금의 애물단지 취급은 직원들 입장에서 억울할 법도 합니다.)
종합해보면 발전시장의 침체, 에너지전환에 대한 대비 부족, 자회사로 인한 재무적 부담 정도로 이 위기 상황을 설명할 수 있겠네요. 물론 앞으로는 탈원전이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도...
저는 두산 그룹이 경영을 잘 해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탈원전 정책이 현재 두산중공업 위기의 핵심 요인이라고도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급작스러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정부의 정책은 사회와 경제가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두고 서서히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를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되고 가장 큰 피해는 노동자들이 지게 됩니다. 뿐만아니라 아직까지는 원자력을 대체할만한 효율을 가진 발전 시설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환경도 무시할 수 없구요.
얼마 전에 시청한 "인사이드 빌게이츠" 중 기억에 남는 빌게이츠의 대사가 있습니다.
"석탄, LNG 발전으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환경오염이 인류에게 주는 피해와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를 따져보면, 마치 자동차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은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은지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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